홍도에 와서
슬픔처럼 붉은 규암 섬
덜어낼 아무것도
깍여나갈 그 무엇도
더 이상 없나니
여기 와서는 탐욕일랑 버려다오
황혼의 바다 위로
꽃잎이 날려
처음 사랑도 깨어나고
갑각류의 사랑도 시작되었네
절제하라
솟아 그대로 꽃이 되고
깍여 심장부만 남겨다오
늙은 동백림의 바닷바람 불어
머리카락 날리 우면
버리고 버려라 바람 속에
여기 와선
덜어 버릴 아무것도 없이
홍도 닮은
빈 몸만 그대로 남겨다오.
97. 소순희.
이 땅 어디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철저히 절제되어 남을 것만 남은 서해 먼 바다 위 규암으로 조성된 홍도.
버림의 미학을 배워주는 이곳에서 나는 왜이리 가족이 그리워 지는 걸까
떠나보면 알 수 있다. 내게 탐욕이 많았음을...
몇 점의 스케치로 홍도 인상을 남기는 내 청춘의 날들
오! 사랑은 무소유의 버리는 것.
<홍도/ 3F/ 소순희/2000/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