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간밤
천둥 번개 비바람 속에
창문이 몹시도 흔들리고
줄을 감고 오른
나팔꽃 덩굴은
온몸 내맡겨 버티더니
아침엔
수십 개
붉은 나팔 불어 제키며
화안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오! 저런
지 할 일은 다 해내는구나
그러한
그 모습이
애처로웠습니다.
2001소순희.
독산2동 381번지 2층 집 서쪽 창의 여름 볕을 가리려고
화분에 나팔꽃을 심었다.
매어준 줄을 감고 오르며 아침이면 흰 대궁에 붉은 꽃을
환하게 피워주었고 낮이면 하얀 붓에 붉은 물감 묻힌 것처럼 곱게 접어주었다.
태풍에 유난히도 세차게 창이 흔들리고 천둥번개는 줄줄이 밤을 이어갔고
밖의 많은 것이 날리는 상황들을 추측하며 늦은 새벽잠이 들었다.
오! 이런...바람 잔 아침에 수없이 많은 꽃이 일제히
나팔을 불어제키고 있지 않은가. 생명이 있음은 그런 거로구나!
까만 씨를 맺기까지 인고의 날을 지나는 저 삶에서 거기 까지라고 허락한
창조주의 뜻을 조용히 묵상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