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6호/2015/소순희작/Oil on Canvas>
여름 안녕
여름을 떠받치던 돌기둥이 무너지자
혼절한 여름의 머리 위로
습한 바람이 눈물 꼬리를 남기며 스러졌다
그 흔적의 비린 땅 끝에서
가을이 빈 하늘을 기웃거렸다
어정칠월도 건들 팔월도
감당해 낼 산 하나 눈 안에 두더니
시월은 어느 날 눈앞까지 산을 당겨왔다
푸름이 해체되는 볕 아래
시든 덩굴 끝 마지막 호박꽃 입술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불현듯 여름 끝 무렵이 그리워진다.
여름 안녕!
소순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