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에 들어
소순희
나무들 입을모아 수군거리는
십일월 초순에 나 섬진에 들어
흐르는 물을 보네
가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채워지는 세상일 다 잊혀지고
후일의 기약 없이 생것들은
제 발밑으로 검불 되어 돌아가네
이제 막 피어나는 풀꽃 한 송이
갈볕 짧은 미틈달 초순에 어찌할거나
모르는 척 발길 옮기는 등 뒤로 자꾸만
눈에 밟히는 저 여린 것
언뜻, 다 빈 스산한 들녘 한 자리를
고결한 빛깔로 채우는구나
2016
월간 모던포엠 이달의 작가 수록(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