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비비추님>
개옻나무
소순희
그대여! 인제 그만
등짐 내려놓으라
개옻나무 잎 붉은 가을이다
저 바람 등 떠미는
이 쓸쓸한 날에
하찮은 나무도 올곧게 살아
이렇게 마음을 흔들어 놓지 않느냐
먹은 귀 세상에 기울이면
나지막이 가을 오는 소리 들려
쉴만한 언덕에 이르렀으니
그대여 가던길 멈춰서서
마디마디 절망을 잘라내는
개옻나무 잎줄기 바라보시라
나붓이 허공에 내리는
가을
그 언저리에 조용히 눕는
2016
월간 모던포엠 이달의 작가 수록(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