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산/20호/Oil on Canvas>
사북
소순희
사북 발 막차가 끊기고
눈이 내린다
떠돌다 여기 멈춰 선
생의 막장에서
더는 떠날 곳 없는 하늘 아래
고생대 중엽의 검은 주검처럼
침묵의 시간이 길어진다
수묵화 치듯 젖어 드는 설야에
몇몇은 깡 소주를 기울이고
붉은 불빛 몇 개만 눈 속을 파고든다
어느 왕조의 무덤이
눈 덮인 탄 더미보다 아름다우랴
지하 갱도로 숨는 두 줄 선로는
어느 목숨을 담보로
저렇게 또 선연히 피는가
사북에 눈 내리는 밤이면
사람들은 취하지 않고
탄좌의 공터에 검은 쌀을 덮는
눈빛만 취해 더 희어지는데
2013
월간 모던포엠 이달의 작가 수록(20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