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화장

소순희 2018. 4. 13. 08:08


                                                       <무괴아심(나의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게하라) /소순희 씀>

         화장

                     소순희


화염의 뜨거움보다

더 했을 한 생이

종결어미로 이승의 화구에 놓인다 

평생 비에 젖고 볕에 마른

낙엽처럼 오그라든 흰 빛

저 허무한 몇 조각 유골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단순한 진리 앞에

생이 이처럼 고달팠던가

바삭거리는 유골을 보며

눈물보다 슬픔보다

내게 화가 더 나는 것일까

죽는 날까지 가슴에 묻는 

이 또렷한 의식 또한

화염보다 뜨겁게 파고든다


                    20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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