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괴아심(나의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게하라) /소순희 씀>
화장
소순희
화염의 뜨거움보다
더 했을 한 생이
종결어미로 이승의 화구에 놓인다
평생 비에 젖고 볕에 마른
낙엽처럼 오그라든 흰 빛
저 허무한 몇 조각 유골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단순한 진리 앞에
생이 이처럼 고달팠던가
바삭거리는 유골을 보며
눈물보다 슬픔보다
내게 화가 더 나는 것일까
죽는 날까지 가슴에 묻는
이 또렷한 의식 또한
화염보다 뜨겁게 파고든다
201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