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

테스(Tess)

소순희 2020. 6. 18. 00:15

테스(Tess)

원작:토마스 하디

감독:로만 폴란스키의 1979년작

주연: 나스타샤 킨스키

 

 

 

    테스(Tess)

            소순희

 

한 여자의 일생이 처절하게 그려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는 여운이 짙게 남는 한 시대의 명작임이 확실하다.

화면을 모노톤의 무거운 분위기로 끌어내는 영국 농촌 풍경 속으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그것이 어쩌면 한 여인의 삶을 예견한 연결 고리로 관람자의 마음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한 의도의 조화를 이룬다.

당시 영국의 산업혁명은 빈부 격차를 벌려 놓는 사회적 문제로 충돌하게 되며 귀족 신분을 가진 자가 누리는 부의 권력은 약자들에겐 요원한 희망 사항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궁핍과 힘든 일에 피폐해진 한 가정의 가장이 책임질 분량은 처와 많은 자녀로 어깨가 무거웠으리라.

자신의 조상이 귀족 신분인 더버빌 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근처에 더버빌가로 딸 테스를 보내는 아버지는 삶의 무게를 딸과 나누어지려는 의도로 친척임을 강조하며 거기서 도움받기를 원하지만, 돈으로 산 귀족 신분임을 알고 난 뒤 테스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 집 하인으로 가서 일하기 바라는 부모의 심정을 모를리 없는 테스는 그곳에 가서 일하며 지내며 순수함과 빼어난 미모에 반한 그 집 아들 알렉으로부터 강간을 당해 임신하게 되는 악연이 시작 된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부와 권력이 앞서면 오만해지는 동물이다.

재차 집으로 돌아와 농장에서 날일을 하며 아기를 출산하고 아기는 며칠을 엄마와 지내지만 아픈 끝에 미혼모라는 죄명으로 세례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된다.

극도의 슬픔과 농장 사람들의 손 가락질을 잊으려고 다시 먼곳의 낙농장에서 우유를 짜는 일을 하며, 농장 경영을 배우러 왔던 성직자의 아들 청년 에인젤을 알게 되고 사랑이 싹트게 된다.

그러나 테스에겐 순결을 잃어버린 마음의 앙금이 늘 걸림돌 되어 그를 괴롭힌다.

에인젤의 순수한 구애에 마침내 결혼하게되고, 첫날 밤 둘은 과거를 고백하고 에인젤은 충격 속에 마음이 정리되면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테스 곁을 떠나 브라질로 가게된다.

어쩌면 그 과거를 숨기고 살았다면 외적으론 한 여인의 일생이 순탄하게 펼쳐졌을지도 모른다.

인간사회의 근원적 성 욕구에 희생된 여인의 정신적 순결을 중시하지 못한 일면의 괴리와

종교적 시선으로 잣대를 들이댄 한 탕아의 비난이 시대의 우울로 남는 아픔이다.

에인젤에게 편지를 보내도 소식이 없는 나날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나마 살던 집을 쫓겨 나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은 거리에 나앉고, 테스에겐 희망이 서서히 무너지는 이중의 무거운 짐이 된다.

그때 테스 앞에 나타난 알렉은 새로운 사람으로 접근하며 그가 가진 부를 이용하여 테스를 사는 잔인한 인성의 소유자임을 볼 수 있다.

가족의 안일을 위해 알렉과 애정 없는 동거를 하는 중, 브라질에서 병들고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 에인젤은 어렵사리 테스를 만나지만 애증이 교차하는 그 순간 숨죽인 슬픔을 감지하게 된다.

등 떠밀며 돌아가라는 테스의 마음은 일편단심으로 힘없이 돌아서는 에인젤의 뒷모습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침내 알렉을 죽이고 에인젤을 찾아 나선 테스는 역 플랫폼을 미끄러저 가는 기차의 창가에 힘없이 앉아 있는 알랙을 발견하곤 기차에 오르게 된다.

살인자로 쫓기며 둘은 영육 간의 마지막 합일된 애정을 확인한다.

고대에 만들어진 스톤헨지 바위 제단에서 밤을 맞으며 "우리 두 영혼이 날아가 별이 된다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음을 예고한 말 속에 어둠이 깊어지고 다시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 경관에게 체포되어 조용히 솔즈베리 평원의 아침 안개 속으로 끌려가는 뒷 모습이 아련히 남는다.

끝내 교수형에 처하게 된 한 여인의 일생이 죽음보다 더 깊게 파고 드는 건 오롯하게 남는 그의 내면에 존재한 순수한 애정과 희생 때문이다.

                                                                                         2020/소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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