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사랑한다는 말조차
부끄럽다
수줍게 피던 꽃
백양나무
소녀가 벗은
옷 위로
나비가 날고 있었다
그대 부르는 소리
숫자 뒤섞인
전화기 위로 떨어진 하루가
무심히 지나
손가락 걸고 보던 북극성
어머니가 가르쳐 준 노래 속에
가지런히 박혀 있었다
백양의 흰 등걸에
꽃바람이 불때마다 보고 싶었다
눈 젖은 하늘가로
황사바람 밀려와
유리창 밖 하늘을 덮고
너와 살고 싶은 봄날을 덮고...
철로에
고양이가 내장을 쏟아낸 채 죽어 있었다.
88.봄 소순희
시인 엘리어트는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이라고
읊었다. 그렇구나, 모체를 썩혀야 새싹이 돋아 나는 그 아린 순리!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마음 속 모든 걸 뱉어 내고 싶은 사월은 이렇게 오고...
하늘의 별무리까지 봄을 앓는 밤이면 꽃바람도 잦아들고
발정난 고양이는 철로를 넘지 못하고, 4월은 이렇게,이렇게 오는것이구나ㅡ
4월
사랑한다는 말조차
(비봉에서 10호P소순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