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제자가 화실에 아주 작은 열대어
두 마리가 든 유리병 위로 행운목 한 묶음이 꽂힌 것을 사왔습니다.
한 일주일 살다 열대어는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공기 발생기가 없어 산소 부족 때문에
생명이 허망하게 사라짐을 보며 한동안은 맘이 편치 않더군요.
다시는 가둬 기르는 것은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며 히멀건히 떠오른 걸 버리고
그냥 행운목만 꽂아두었습니다.
그 풋대에서 푸른 잎을 연약하게 뽑아내고 있는 것도
늘 미안한 맘입니다.
생명에 대한 애착이나 연명 구걸 따위는 더욱 아닌데
그 소리 없는 것에 한 대 얻어맞은 건 사실입니다.
봄이 가까이 다가오니 살아있는 것에
마음이 더 쓰입니다.
오는 봄엔 활기찬 날들이 되시기를 ...
2002 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