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선(休船) 소순희20호 대한민국 회화제출품작
남은 삶
내게서 동정어린 눈빛을
거두어 주오
살아있는 이유 하나로
행복하오이다
굳게 지켜 온 생 앞에
내어 줄 그 무엇도
더 이상 바랄 아무것도 없사오니
다만 은총처럼 내리는 볕아래 남아
한세상
바람처럼 살다 가게 하시라
한세상 꿈인듯 살다가게 하시라
꿈인듯 바람인듯 살다가게 하시라.
2001.소순희
소원을 들어 주겠다는 알렉산더 대왕의 명앞에
"내 소원은 나를 가리워 선 왕이시여! 햇볕 좀 쪼이도록 비껴 주옵소서." 라고
말한 디오게네스의 삶처럼 그렇게 마음 비우고 살아 볼 일이다.
노욕에 잠겨 가뿐 숨 몰아쉬는 슬픔보다 나눔이 기쁜 건 짐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리라. 나도 그렇게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