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사 랑
가장 나직이 사랑하마
수줍은 뺨 부비며
가을 별보다 더 많은 슬픔으로
고운 낙엽지는 한 때
등불을 켜 든 머리맡
가을 벌레 소리를 들어보아라
눈물나는 한 장 낙엽에 싸여
미움보다 깊게 밀려오는 꿈
깨지 않아야 한다
가장 나직이 사랑하마
젊은 가슴에 안아 볼
무량의 가을 지기 전
쓸쓸한 흰 뼈 추스려 모아 태우며
튼튼한 어금니로 맞물려 도는
이 가을 사랑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게 나직이
가장 나직이 사랑하마.
1989. 소순희.
<창포시동인제2집수록>
다 거두어 들인 빈 들을 보라.
거기 사랑으로 채워졌던 모든 것들 고요히 안으로 다독여 들이지 않았는가.
미움이며 절망이며 갈등이며 이기적인 것들 다 모아 불태우며
사랑으로 드려야 할 채비를 해야지 않는가.
드러나지 않고 그저 나직이...
영월에서 10F 소순희作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