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2)
제사공장
담장에 기대어
초록별이 뜨는 밤을
기다려 주던
여우 같은 가시내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남겨두고
총총히 사라진
갈래머리 위 남쪽 하늘
전갈 성좌를 그으며
별똥별이 지데
어린 날 한 마디
좋아한다는 말이
부끄럼으로
한세상 옮아가는 병인 양
뉘우침 없는 그리움이데.
소순희
눈 뜸 이라는 것에 가슴 두근거리던 내 유년의 기억 저편
뜻을 키우지 못 한 가난함과 주눅 든 배회의 변방의식으로 쓸쓸했던 사춘기
지금 와서 그해 여름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소상히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학창시절의 추억인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돌아 거기 서보면 어느새 중년의 세월!
그 여름 벌레소리까지도 유난히 예쁘고 갈래머리 소녀는
왜 그리도 하늘의 별처럼 또 그렇게 예뻣던가...
(귀로 100호 소순희작. 하루의 고 된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노부부의 석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