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금지
- 87 오늘의 농부-
벽돌담 뒤켠
소변 금지 써 놓고
가위 하나 그려 놓고
돌아서며
씨익 웃는 남자
또 다른 남자가 그걸 보며
의미 있는 미소를 띈다
아, 그러나 어쩌랴
사방을 둘러 보아도
마땅한 장소없어
부끄럼 간직 한 채 살아와
무참히 절단 되어야 하는 오늘
농부의 입 놀림이
논밭에 썩고있어도
그 남자들은 모른다
모른다고한다
최루탄 가스에
날마다 목이부어
쌀밥맛을 모르고
돌멩이라도 맞아 죽었으면...
사는 일 다 그런 것
무참히 절단 되는 오늘
입 놀림이 논밭에 썩고있어도.
1987 소순희
희망이 무참히 절단되던 그 해 몇명의 농부들이스스로 목숨을 끊어 항거하던 약하고 선한 눈들
농정당국이 이면에 흘리는 비웃음인들 믿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평생 땅 파고 살아온 저들의 투박한 농투산이 손 ,입, 쑥대같은 머리,
그러나
내 부모 형제 내 이웃들...절망을 잘라내며 또 일어서지 않습니까.
조용히 묵살되고 절취된 죽은 언어들이 유령처럼 떠돌던 그 해
청포꽃지면 녹두같은 눈물 흘리며 울고가는 청포장수같은 이 땅의
순례자들
어디 쉴 만한 담 그늘 한 평 내어주지 않으시렵니까, 농정당국이여!
소순희작 다릿골의 봄-1(국창전 출품작20호: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