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참 좋은 봄날

소순희 2004. 4. 13. 23:28

                  

                             참 좋은 봄날

                                                  소순희

 

       지하철에서  감나무 묘목을 소중히 안고 가는

       노인을 보았습니다

       흙살 돋는 봄날을 든든한 뿌리에 포장해두고

       잠시 머물 세상 가만가만 건너와

       남도의 흙내음 같은 봄 한 자락을

       온 지하철에 뿌려 주고 있었습니다

 

       그 감나무 묘목 자라 우수수 햇볕 쏟아져 그늘 드리우면

       새들이 깃들고 지친 나그네도 쉬어 갈 것입니다

 

       생전에 얻지 못 할 꿈 하나 움 터 오는

       볕 줄기 없는 땅 아래에 참 맑은 향이 피어나는

 

       좋은, 참 좋은 봄날 이었습니다.

 

                                                          2004.

 

 나무만 보면 관심이 간다. 무슨 빛깔의 곷등을 내어달고 어떤 열매를

 맺을 건지 짐작하며 마음이 흐믓하다.

 살아 온 날보다 앞으로의 날이 짧은 어느 할아버지 움푹파인 볼과

 검버섯돋은 손등 흙살 같은 손,지금와 나무를 심으시려는 그 분이 존경스럽다.

 

 (봄날 /소순희작/김미숙님소장/1988)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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