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봄날
소순희
지하철에서 감나무 묘목을 소중히 안고 가는
노인을 보았습니다
흙살 돋는 봄날을 든든한 뿌리에 포장해두고
잠시 머물 세상 가만가만 건너와
남도의 흙내음 같은 봄 한 자락을
온 지하철에 뿌려 주고 있었습니다
그 감나무 묘목 자라 우수수 햇볕 쏟아져 그늘 드리우면
새들이 깃들고 지친 나그네도 쉬어 갈 것입니다
생전에 얻지 못 할 꿈 하나 움 터 오는
볕 줄기 없는 땅 아래에 참 맑은 향이 피어나는
좋은, 참 좋은 봄날 이었습니다.
2004.
나무만 보면 관심이 간다. 무슨 빛깔의 곷등을 내어달고 어떤 열매를
맺을 건지 짐작하며 마음이 흐믓하다.
살아 온 날보다 앞으로의 날이 짧은 어느 할아버지 움푹파인 볼과
검버섯돋은 손등 흙살 같은 손,지금와 나무를 심으시려는 그 분이 존경스럽다.
(봄날 /소순희작/김미숙님소장/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