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4

사랑-그,미소

사랑- 그, 미소                                    소순희 푸른 녹이 슨 동상 앞에서고색창연한 미소를 보며몇 년을 더 견뎌야 저토록 깊은 사랑이 될까, 생각했지요나는 본시 짧은 가을볕 아래 풀꽃 같은 사람이라 사랑한다는 말조차하지 못하고 나뭇잎이 지는 걸 보았습니다서툶마저 내어줘도 받아 줄 이 계절 푸른 녹처럼 고요하게번져갈 사랑이면 나는 죽어도푸른 미소로 스민 영혼의 그림자 같은결 하나 세월 속에 그어 놓겠지요                             2024

시와 사랑 2024.11.20

십일월의 혼

십일월의 혼                                 소순희 가을 속으로 걸어 들어가자 소리가 보였다찻집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밖을 보니 길게 누운 산 색이 보였다안과 밖 어디서든 보이는 것에차분히 맘 놓이는 것은세상 소식 조금씩 걸러 듣는 까닭이다숨어 있는 것들에 대한 기우도차츰 맑아져 인제는 쉬이 흔들리지 않는 이순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 나이와 비슷한 계절의 동고동락이 몇 해 이런가! 가을 속에서 산꿩이 운다                            2024

시와 사랑 2024.11.12

가을 안부

가을 안부                                       소순희           사랑하는 이여!          가을볕 찬란히 눈부시다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묻지만          꿈결 같은 날은 또 저렇게          속절없이 지고          우리는 이 가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붉은 색깔로 타오르는          맨드라미처럼          정녕 이 가을 속 알 수 없구나          내 삶이 느슨해질 때          곰삭은 가을 한쪽으로          다시 팽팽해지는 필연의 계절           나, 너로 인해 붉게 피가 잘 돌아          정신 맑은 가을이다          사랑하는 이여!        ..

시와 사랑 2024.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