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햇볕 속으로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치도록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
좋아하는 색깔
마음 놓고 칠 해봤으면...
모델은
와 주지 않고
목을 뽑는
수선화 어린 싹에서
봄 냄새가
나고 있었다.
1988소순희
알뿌리 화초 수선화를 샀다. 수경재배식으로 물컵에 꽂아 창가에 두고
뾰쪽이 싹이 터 오는걸 지켜보며 생명의 소리를 듣다.
고운 볕속으로 눈 발이 날리는 날,샤갈의 마을에 3월에도 눈이 온다고 노래했던던
시인 김춘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후 수선화 어린 싹과 꽃 대궁이 올라오고
노란 여섯갈래 꽃잎에 붙은 원통형의 꽃이 소담스레 피어 환호작약 하던 날,
아무도 와 주지 않고 목을 뽑고 기다리는 내 앞에도 봄 향기만 가득 하다.
<연하리의 봄눈/2005/소순희작/6호/최경식님소장/Oil on Canvas>
<소순희작/1988/6호/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