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슬픔을 알기 시작 할 때

소순희 2011. 1. 5. 22:47

 

면 소재지 공터엔 커다란 천막이 쳐지고 인근 마을을 찾아다니는 선전부는 확성기를 통해서 청춘남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영화선전을  쏟아내곤했다. 그렇게 조그만 면내는 며칠간 축제 분위기였다.

내가 맨 처음 영화라는걸 접하게 된 것도 이즈음이었다. 소위 말하는 가설극장이라는 곳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영화를 상영했던 것이다. 무대는 하얀 천으로 된 영화 막이 쳐지고 바닥은 맨땅이었다. 키 큰 사람이 앞자리에 앉을 때면 머리를 좌우로 비껴 가며 관람을 해야 하는 옹색한 자리였지만 그게 얼마나 재미난 사건(?)이었던가!

으슥한 여름밤 내 마을 사람들은 그곳에서 영화를 보곤 다음날엔 영화 이야기로 꽃을 피우곤 했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쯤 사촌 형과 그곳에 가서 10원 인가를 주고 총천연색 영화 1967년작 "섬마을 선생님" 이 상영되는 가설극장에 입장 했다. 지금 생각하면 19금 일수도 있는 영환데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예쁜 여배우가 황홀하게 고운 목소리로 열연했던 기억과 내게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걸 마음에 깊게 남겨준 영화였다.

지금에 와서 안 이름이지만 오영일과 문희 주연이었다.

서로에겐 연인이 있었는데 섬마을 선생님과 섬 처녀는 서로 사랑하게 되나 끝내는 육지로 떠나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그 이별 앞에 나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내 심중에 슬픈 감정이 돋아날 때면 그 영화장면이 떠오르곤 했다. 영화 상영 내내 안타까움과 슬픔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도 흘러내리는 눈물을 숨죽여 닦느라 눈이 쓰라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통통배를 타고 떠나는 선생님을 바라보며 언덕에서  

소나무를 부여안고 눈물짓는 섬 처녀의 애달픈 사랑이 얼마나 심금을 울렸던가. 가수 이미자의 구슬픈 주제곡이 그 장면을 더욱 실감 나게 했던 그때 그 시절 영화에서 풍기는 매력이 인간적 정신의 사고를 키우지 않았을까?

 

                                                                                                                <화실에서 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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