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가을 해바라기 소순희
가을녘에는
조부의 정강이뼈 같은
해바라기 마른 대궁이
자꾸만 눈에 든다
첫 잎은 이미 바람에 삭은
삭신 같거니
저 서늘한 바람에 몸 기대어
물관부 위로 오르는
끈질긴 생의 적막함
상강 지난 햇살 아래
이제야 꽃 피우는 걸
세상에나
자기 몸 말리며
위로는 검은 눈을 뜨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