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달빛
소순희
바람이 느티나무를 흔들고 지나갔다
실핏줄 같은 가지가 흔들릴 때
늑골 사이사이로
고향의 달빛도 흥건히 젖어 들었다
초저녁에 켜 든 등불이
달빛 아래 숨죽이고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도
그 흔한 어둠 한쪽 내어 쫓지 못한
십일 월의 밤은 낮은 촉 수로
기우는 밤을 끌어가는데
고향 남원 산동의 들판에 질펀히 깔린
푸른 달빛 아래 낮은 지붕들이 잠든
이 고요를 지키려는지
개 한 마리 짖지 않고
하얗게 논밭을 덮던 무서리가
아버지 머리처럼 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