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후
소순희
날씨 한 번 참 좋다
물비늘 이는 가을 오후, 그냥 물가에 앉아 있었어
민물 내음 휙 스쳐 지나간 다음 수면위로
은빛 옆구리 번득이며 솟구치는 피라미들
순간, 그 빛이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반복된 솟구침은 밥 먹는 일, 하루살이 떼 맴도는 시간
봇또랑 가에 갈대도 조금씩 자리를 나앉던 고요 속으로
물결은 자꾸만 해찰 말라는 아버지 말씀처럼 밀려와
갑자기 바빠진 오후 녘에다 오줌을 갈겼어
역광으로 하얗게 부서지던 물 위에 그 뻗침이 잠시 잠깐 시원한,
숙제를 끝낸 하루의 저녁처럼 그때 초등학교 육학년 가을 오후
범벌 땅콩밭가에 미루나무도 키가 훌쩍 커 버린
정말이지 시원한 가을 오후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