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고향의 달빛

소순희 2020. 11. 16. 22:41

     

잔설/19호/2020/Oil on Canvas

  

          고향의 달빛

                                 소순희

 

 

바람이 느티나무를 흔들고 지나갔다

실핏줄 같은 가지가 흔들릴 때

늑골 사이사이로

고향의 달빛도 흥건히 젖어 들었다

초저녁에 켜 든 등불이

달빛 아래 숨죽이고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도

그 흔한 어둠 한쪽 내어 쫓지 못한

십일 월의 밤은 낮은 촉 수로

기우는 밤을 끌어가는데

 

고향 남원 산동의 들판에 질펀히 깔린

푸른 달빛 아래 낮은 지붕들이 잠든

이 고요를 지키려는지

개 한 마리 짖지 않고

하얗게 논밭을 덮던 무서리가

아버지 머리처럼 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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