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이 양말의 추억
어느 해 겨울 아내의 생일이었다.
나는 독산동 코카콜라앞 육교를 넘다 거기 양말이며 싸구려 일상 용품을 파는
할머니 앞에서서 주머니를 뒤져 겨우 양말 한 켤레를 살수있는 돈 몇푼을
쏟아냈다. 그리고 하얀 양말 한 켤레를 사들고 너무 이른 귀가 같아서
독산동 거리를 배회 하고 있었다. 겨울 해는 빨리 떨어지고 거리는 어둠이
깃을 펴고 있었다. 그 때 나는 가장 어렵게 화실을 꾸려가던 한 해 였고
내게서 도망치는 희망이라는 놈은 예술이라는 것은 힘들고 고독한 것이라고
쏘아 부치고 있었다.
꽃 한 송이 사들지 못 하고 저녁 한 끼 사주지 못 하던 내 심정은 그저
양말 한 켤레로 "마음이 실리면 되지 뭐 꼭 그렇게 해야되나"
그게 나 자신에 대한 스스로의 위안 이었다.
"생일 축하해!" 하면서 내밀던 양말을 힘 없이 받아들던 아내의 모습이
지금도 눈 앞에 선하다. 양말을 받고 만지작거리던 아내가
"아니 짝짝이 쟎아?"
"뭐라고?..."
그 양말은 정말이지, 짜여진 요철의 무늬가 다른 짝짝이 양말이었다.
그것이 슬프고도 추억어린 생일 선물이 될 줄이야...
융통성도 없고 배짱도 없는 나를 그런 날들을 그러한 우리 삼십 대를
잘 참아준 아내가 고맙고, 무엇보다 믿음으로 살려고 애쓰던 아내의 모습이
예쁘고 고마웠다.
생각하면 부끄럽고 얼굴이 달아 오르지만 그 추억만은
잊혀지지 않고 가만 가만 마음을 적셔준다.
2002
소녀무희 3F 소순희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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