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그리고 현실

시작 점

소순희 2003. 6. 20. 23:19

어린 시절 상처 입은 새를 쫓아다니다 길을 잃었다.
그리고 울먹이는 마음으로 산 속을 헤매고 있을 때
멀리 뉘엿뉘엿 지는 해의 연약한 빛과 역광(逆光)으로 인한
하얀 냇물 줄기와 억새꽃의 투명한 흰 빛을 처음으로 보았다.

며칠을 이마에서 열이 나고 마음은 한없이 무너져 내려 꿈 속 인 것처럼
까무룩 잠속에 떨어지면 누님의 노래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곤 했다.

그 후 나는 밤나무 밑에서 죽은 새의 깃털을 만지며
비로소 색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밟고 있는 땅 색깔이며 나무그늘이 내린 흙 색깔, 먼 산 빛, 가을 물이 들어가는
고남산 자락의 음영 깊은 골짜기와 하늘을 떠가는 구름조각들
이 모든 자연에로 눈을 뜨는 시기부터 표현의 일기가 시작되었고
그 때부터 바람소리며 물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열어 두었다.
그것이 어떻든 자연에 귀의한 나의 20대 봄이었다.

성북동 가는 길 30P 대한민국회화제출품작 소순희

'추억그리고 현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3학년 봄  (0) 2003.10.09
메밀꽃 필 무렵...  (0) 2003.09.11
마음의 넋두리를 시작하며.....  (0) 2003.03.29
짝짝이 양말의 추억  (0) 2002.09.19
진도기행...  (0) 2002.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