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요한 님
거짓 사랑
성에 낀 유리창에
믿음 소망 사랑이라는
귀한 말을 써 보면서도
나는 마음 속에
미워하는 사람 몇몇을
죽이고 있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은
더욱 싫었다
가을 꽃이 시들고도 오래토록
사랑한다는 말이
거짓으로 남아 있었다
오장육부를 헤집는
쓰라린 미운 감정이
먼 발자국 소리에도 놀라면서
진실이라고 쓰지 못 하는 건
아직도 부서지지 않는
거짓 사랑 때문이다.
1988. 소순희.
미운 사람이 늘어갈수록 마음이 갈갈이 찢기기 시작한다.
죄를 보여달라고 기도했다.
이렇게 참담한 것으로 마음 깊이서 흐느껴지는 울화와 뜻모를 고독감.
사악한 독사의 자식들아!
나 또한 여기 포함된 어쩌지 못한 중생.
욕을 해보고 미워해보고 저주해 본 날들...
그러나 마음 밑바닥에 주님이 주신
선을 향한 작은 싹하나 돋아나는건
나를 건져주고 치유해 줄 희망이라 쓰겠다.
"사람의 마음을 쉽게 단정지을 것이 아니다.
당신이 넘어지면 짓밟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손을 뻗어 일으켜 세워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드. 10P. 소순희作. 시민회관 개관 기념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