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충주호에서/소순희>
<하모니/6호/개인소장/소순희작/1997>
솔개
솔개가 될래 상승기류를 타고
푸른 창공을 휘감아 돌며
한 점 목숨으로 떠
지상의 서러운 것들 끌어안을래
번득이는 눈알 부라리며
조감되는 세상 굽어 살피다
더러운 악령의 것들에 머리 조아리는
꼴 사나운 형형색색
비천도 같이 숨기운 발톱 갈아
갈갈이 찢어발긴 비린 하룻날
청산에 쉬는 뜻 알리야마는
정토에 내릴 마른 햇볕
가리는 일 없으련
질펀한 잠이나 한마당 자고 나면
서러운 이 땅의 것들
설픈 꿈이나 되지 않게
무딘 부리 갈고 발톱 갈아
푸른 창공에 한목숨 내맡긴
솔개가 될래.
2007/소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