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순희작/4호/2007/Oil on Canvas>
대속(代贖)
날, 사랑 한다는
애끓는 호소를
흐린 별 아래 묻어두고
나, 청맹과니로 살았노라
부득불 엮어진 허물들
양심의 가책도 몰라
잘도 가리운 인두겁으로
귀한 하늘 아래
헛되고 헛된 무슨 큰 뜻 품어
좌정하노니
바랄 그 무엇이 남아 있으랴
한 생의 비밀도 깨우치지 못한
무지의 영혼이여
차마 사랑 한다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지니
갈고리 채찍에 찍혀나던 성체에서
내 허물 하나씩 풀어지고
찍힌 몸보다 더 아린 조롱 앞에
선연히 남는 보혈로
생명꽃 피우시더니
나무에 달려
내 청맹의 눈 씻기 우신
그 발아래 엎드려
나, 더 바랄 그 무엇이 있으랴.
2002.소순희
<부활절 새벽예배 때 200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