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51)-장릉(莊陵)에서
J, 소나기가 훑고 지나간 검푸른 수풀은 이미 성하 임을 말해줍니다. 8월 초 나는 숙연한 마음으로 영월 장릉에 듭니다. 나고 죽는 게 인간사 한 단면이지만 세상의 물욕에 때 이른 목숨을 잃어야하는 애달픈 왕가의 법을 헤아릴 길 없습니다. 조선왕조 6대 임금으로 12세 어린 나이에 왕위에 등극하지만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으로 국권이 장악되고 왕위를 내어준 비운의 왕 단종을, 세조 2년 집현전학사 성삼문 박팽년 등 상왕 복위를 꾀하는 사건으로 참형되고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땅 청령포에 유배됩니다. 여섯째 삼촌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계책이 발각되어 노산군에서 다시 폐서인으로 강등되는 불운을 겪으며 그해 10월24일 마침내 17 세에 사약을 진어한 이승의 마지막 날을 의연히 받아들입니다. 운명이라고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