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에게(10)-계절의 끝 즈음에서... 정한(靜閒) 소순희 작 10호 J. 계절의 끝 즈음에선 생각들도 교체 되나봅니다. 새롭게 혹은 더 깊게... 어딘가로 주파수를 마추고 귀를 곤두 세우는 것은 피폐해져가는 영혼의 한 부분을 절개하고 묵은 생각들을 다 끄집어 내어 소각시키는 일종의 변화 의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이라처럼 말라 비틀.. 엽서 2006.02.11
J에게(9)- 겨울 정선에서 해발 720m 마차령에서, 두고온 서울을 그리워하는 강원도 정선의 밤 외진 산골 굽이 길에서 가지런히 내려오는 눈을 맞아야 했습니다. 이미 온산을 다 덮고도 나무들의 가지마다 눈꽃이 핀 마지막 겨울 눈 오지게도 많이 내려와 한자 세치 눈 깊이를 걷자니 발을 옮겨 딛기가 여간 힘들지 않습니다. 감.. 엽서 2006.02.06
J에게(8) -겨울비 이쯤에서 나직이 내려앉아 푹 쉬고 싶은 하루였습니다. 우기처럼 젖어드는 마음속에 그리운 사람들 생각나고 유리창 넓은 찻집에서 온종일 옷 벗은 은수원사시나무의 정갈한 몸매를 바라보며 나무가 아름다운 건 함부로 가지를 뻗지 않는 까닭이라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사회를 보면 담 너머 담 까지.. 엽서 2006.02.02
J에게(7) -남원에 와서 J. 미명의 겨울속으로 고즈넉히 아침 기운에 싸인 마을을 밀어내며 전라선 첫 기차는 빨려들듯 벌판을 달려갑니다. 아직 잠에서 덜 깬 집들이 겨울 나무아래 나직이 엎드려 있는 남녘의 이른 아침풍경은 참으로 고요합니다. 강에선 허옇게 물 안개가 피어오르고 꽁지 짧은 새 한마리가 빠르게 사라지.. 엽서 2005.12.29
J에게(6)-11월의 밤 J. 고향 밤하늘에서 나는 별들이 흘러가는 동서로 긴 은하수 강과 드문 별의 서쪽 하늘을 동시에 보며 저 무질서속의 질서의 하나님이 운행하시는 코스모스 속 어둠을 헤아렸습니다. 고향 고남산 846m- 나는 저 산 아래 마을에서 여름 밤 별들을 많이도 보았다. 내가 서울 공중에 떠서 지상을 본 순간 아! .. 엽서 2005.11.26
J에게(5) -가을편지 J. 산중의 가을은 깊이모를 고즈넉함에 저리도 속히 가을이 임하는 까닭을 알듯도 합니다. 여름 내 화살처럼 내리꽂히는 햇볕을 헛되이 버릴 수 없다는 걸 아는게 살면서 터특한 지혜에 불과하지만 농부는 바람결이 다른 것으로 이미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끝을 붙잡고 호박꽂이며 가지말리기, 무청.. 엽서 2005.09.22
J에게(4) -여정 J에게 비내리는 진부에서 정선 방향으로 오대천 물길을 따라 내려 오면 산을 밀어 올리는 안개가 절제된 봉우리 몇개만 남겨 둔 채 깊이 숨겨 버린 까닭을 알 듯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어느 화가의 역 원근법이 비로소 현실이 되어 눈 앞에 정경으로 풀어지는 산과 비에 젖은 풋 것들을 다 .. 엽서 2005.07.19
J에게(3)-아침 안양천에서... J에게... 칠월을 눈앞에 둔 여름은 설핏 아침잠의 머리맡에 어설픈 꿈 대신 밝은 아침을 창가에 들여 놓곤 합니다. 이른 새벽까지 앞산 8부능선에 위태롭게 걸린 망해암의 불빛이 검은 산속에 한 점으로 피더니 급기야는 초록 물을 흠뻑 들여 놓고 말았습니다. 산을 배경으로 두어마리 백로가 안양천 위.. 엽서 2005.06.28
J에게(2)-추석 나들이 항상 보는 산도 바라 볼 때 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강원도 정선읍에서 남면쪽으로 가다보면 선평이라는 간이역이 나오고 역 앞 마을길을 돌아 나오면 너그러우면서도 골 깊은 산과 그 아래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이 어우러져 한폭 그림같은 풍경을 이루어냅니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깍아지른 .. 엽서 2004.10.02
J에게(1)-1월의 바람 소리를 들으며... J, 이 겨울 바람 소리를 듣습니다. 시베리아 하늘 상층권을 돌아 오는 바람. 이 우주의 질서 속에 나는 웅크린 한마리 작은 짐승 입니다. 외로우면 몸 숨기는 것 인지상정 바람은 날 데불고 어딘가로 흐르고 있습니다. 고향 대숲의 사각이는 바람 소리 들립니까. 거기 잠든 작은 새들과 상수리 나무는 여.. 엽서 200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