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70

J에게(47)-청령포에서

J.가을 청령포에 왔습니다. 삼면이 산에 에워 쌓인 절해고도 같은 단종의 유배지에서 가을볕을 맞습니다. 1457년 그해 여름 단종은 어린 나이로 영월 땅에 유배됩니다. 나는 청령포 언덕 소나무 그늘에서 한 시대의 애환과 정권욕이 소용돌이치는 슬픈 역사의 단면을 짚어봅니다. 예나 지금이나 정권에 눈먼 부류의 사람들은 있게 마련인가 봅니다. 한양에 두고 온 왕비 송씨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날마다 돌탑을 쌓아 그리움을 달랬을까요. 오늘도 강물은 단종의 애달픈 심사를 아는 듯 유유히 흐를뿐입니다. 두견새우는 밤마다 절절한 그리움에 밤은 또 얼마나 길었을까요. 적막한 송림 속에서 오열하는 단종의 울음을 들었다는 관음송은 오늘도 푸르게 그늘을 만듭니다. 외부와 처절히 단절된 그 절망의 날..

엽서 2010.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