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나무
나목이 되고서야 보였다
몇해를 나일론 포승줄에 묶여
맨 살을 파고드는 가혹한 형벌
새 가지를 뽑아 올려
밤마다 별과 교신하는 죄로
잎 지고 난 후 과감히 톱질 당하는
어린 가지의 잎눈
물관부를 관통하며
이질의 물질을 접목하는 그 아픔을
어쩌란 말이냐
몸둥어리는 차이고 긁힐 때마다
상처로 버즘이 피고
자동차 소음으로 주기적 귀앓이를 하는
저녁무렵의 나무여
마침내 나무의 몸에서,나일론 가지가 돋아난
슬픈 신비의 모양새가 시선을 끌지만
그 인고의 눈물을 아느냔 말이다
어차피 버리지 못할 바
제 몸 생살의 일부로 삭여 넣는
고통의 언저리를 어루만지며 나는 마음 아프다
별이 죽은 밤을 돌아와
내 몸에 박힌 가족의 검은 눈을 본다.
2008/소순희
보셨나요? 나무와 나무사이 현수막을 걷어내며 나일론 줄을 잘라버린 그 흔적, 그리고
몇해 후엔 그 줄을 감싸고 있는 나무의 뭉턱한 상처를, 나중엔 그것마져 싸 안아 한 몸이 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