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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의 쓴 물

마라의 쓴 물 소순희 느그덜 살면서 원망 많이들 하제 어쩌것어 인생길엔 목마르고 배고프고 억울한 일 허다혀 참, 먹먹한 일이제 그치만도 죽으란 법은 업써 하늘님 무심치 안혀 세상 물 써서 못 마시거든 그분께 부르짖어 보랑게 작은 나뭇가지 하나 물에 던지라 허먼 던져 넣고 그대로 순종혀 그라믄 쓴 물이 단물로 변허제 세상은 요렇게 살아가야 행복혀 알겄제 출애굽기 15장을 읽고

시와 사랑 2016.12.17

꽃 피고 꽃 지고

꽃 피고 꽃 지고 소순희 여름꽃 지고 나니 가을꽃 피네 가을꽃 지고 나니 문득, 누에처럼 올라가불고 싶다던 어머니 그립다 약으로 쓴다고 뽑지 말라시던 장독대 옆 우슬초(쇠무릎 풀) 어머니 삭신 같은 마른 대궁에 포근한 겨울 첫 눈꽃이 피어 환해진 사이 헐거워진 마음 내려놓고 누에처럼 하늘길 오르신 어머니 참말로 그곳은 날마다 꽃피고 날마다 꽃 지고

시와 사랑 2016.10.24

새집

새집 소순희 혹여, 죽었다는 소식 들리거든 죽은 게 아니라 천국으로 주소를 옮긴 것이라고 말해주라던 빌리 그레이엄 목사 잠시 머물다 갈 이 땅에 전도자의 소명 다하여 본향으로 돌아가 안식하네 나, 지상의 집 한 채 소유권 등기하려 맘 졸이며 얼마나 애썼던가 어느 날 육신의 장막 벗으면 분양 받은 새집으로 돌아가리 홀연히 사라진 세상의 빈자리 나, 죽은 게 아니라 새집에 들에 영원히 안식하겠네! 2016

시와 사랑 201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