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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겨울

유년의 겨울 -귀신 놀이 소순희 겨울밤은 길고 무료하다. 이따금 개짖는 소리만 밤하늘에 컹컹 울려 퍼지고 고요하다. 그 시절만 해도 TV 라곤 마을 회관에 달랑 한 대, 흑백 상영되는 연속극이나 유머 코너가 인기였지만 그나마 어르신들의 차지다.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는 겨울밤이면 아주머니나 누나들은 삼삼오오 누군가의 집에 모여 민화투나 수다로 삼경이 지나도록 겨울밤을 지내곤 했다. 별도 달도 구름에 가려 어둠이 깊게 드리워진 돌담 골목은 늘 고요가 누워 있었다. 간혹 구름을 빗겨난 달이 감나무 가지를 희미한 그림자로 그려내며 어둠을 밀어냈다. 긴긴밤은 남자아이들도 무료하긴 마찬가지다. 그럴 때면 휴억과 나는 재밌는 놀이가 없을까 궁리를 하고 작전(?)을 짜곤 했다. "야! 우리 귀신 놀이할까?" "그래,..

후쿠오카 텐진에서

후쿠호카의 일몰 일본 유명작가(中山忠彦)작 유후산(1,538m)이 보이는 유후인 후쿠오카 텐진 에서 소순희 11월 하순 후쿠오카의 초겨울은 10도 안팎 기온으로 온화한 편이다. 겨울을 기다리는 텐진거리의 젊음이 활기차다. 어느 곳이나 도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쇼핑몰이나 식도락가이다. 커피 한 잔 생각에 쇼핑가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 들렀다. 이럇사이마세(어서오세요)라고 반기는 주인장은 80대로 보이는 이마가 튀어나온 귀여우신 짱구 할아버지이다. 앞치마를 두른 채 써빙하는 모습이 일에 감사와 기쁨이 배어 있다. 쇼핑몰 한켠에 조용한 분위기의 베이지 톤 벽과 작은 티테이블 몇개가 소박하게 놓여진 직사각형의 실내는 커피향이 밴 오래된 공간으로 벽에 걸린 그림이 눈길을 끈다. 명제와 작가명이 붙은 수채화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