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겨울
유년의 겨울 -귀신 놀이 소순희 겨울밤은 길고 무료하다. 이따금 개짖는 소리만 밤하늘에 컹컹 울려 퍼지고 고요하다. 그 시절만 해도 TV 라곤 마을 회관에 달랑 한 대, 흑백 상영되는 연속극이나 유머 코너가 인기였지만 그나마 어르신들의 차지다.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는 겨울밤이면 아주머니나 누나들은 삼삼오오 누군가의 집에 모여 민화투나 수다로 삼경이 지나도록 겨울밤을 지내곤 했다. 별도 달도 구름에 가려 어둠이 깊게 드리워진 돌담 골목은 늘 고요가 누워 있었다. 간혹 구름을 빗겨난 달이 감나무 가지를 희미한 그림자로 그려내며 어둠을 밀어냈다. 긴긴밤은 남자아이들도 무료하긴 마찬가지다. 그럴 때면 휴억과 나는 재밌는 놀이가 없을까 궁리를 하고 작전(?)을 짜곤 했다. "야! 우리 귀신 놀이할까?"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