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노루
새끼노루 소순희 오월쯤이었지 싶다. 무더운 기운이 온 대지위에 쫙 깔렸고 찔레꽃이 피어날쯤 덤불 밑에 새순이 붉은 잎새를 피워 낼 때면 새순을 꺾어 껍질을 벗기고 연한 속살은 씹으면 향긋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시골 아이들에겐 좋은 간식거리였다. 일곱 살 되던 해 봄, 그날도 순성이와 찔레덩굴 밑을 기웃거리며 새순을 찾으려 가랫들 밭언저리를 쏘다녔다. 공중에선 종달새가 높이 떠 지저귀고 들에선 아지랑이가 흐물흐물 피어올랐다. 밀밭 길을 걷는데 꿈결인 듯 어디서 매애 매애 하고 울음소리가 들려 그곳으로 가 보았다. 어린 우리 가슴께만큼 자란 밀밭 속 밀을 깔아 뭉개놓은 곳에 누른빛 노루 새끼 두 마리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누워 있었다. 바짝 선 귀와, 검은 눈,촉촉한 검은 콧잔등이 참 귀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