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 구도 오대산 거기 전나무 숲에 합장하고 흐르는 청량한 바람 그와 손 맞잡으면 홀연히 사라지는 세상의 습성 오! 쇠북소리 들었던가 유유자적 은빛 열목어 구름 뜬 하늘로 난다 오대산 전나무 숲 거기 초록 여울목 맑은 쇠북소리 들여놓은 물속 하늘은 세상의 하늘보다 깊고 깊다. 2007/소.. 시와 사랑 2007.08.27
비 내리는 삼남 비 내리는 삼남 삼남에 비가 온다 젖은 삼남은 고독이다 가슴앓이 하는 농부 하나 우산도 없이 길을 간다 촉촉이 젖은 산조 가락도 제풀에 겨워 고독의 몸 짖으로 눕고 토주에 취한 까마귀도 검게 서서 고독하다 깨어나는 대지의 살 냄새에 얼굴을 묻는 농부 젖은 삼남의 오후가 고독하다.. 시와 사랑 2007.08.14
편지 <Happy Birthday/소순희작/8호/임숙 님 소장> 편지 잠간 귓전을 돌다 가버린 그런 언어 말고 잠잠히 푸른 숲에 이는 바람소리로 마음에 건너오는 너의 푸른 아미 안개로 처리한 여백은 늘 고요함 살아 생전 지움 없는 안녕하시냐는 안부 젖니같은 글씨로 마음에 박히는 네 영혼의 음표. 2007.. 시와 사랑 2007.07.02
유월엔 <우면산기슭에서/10호/소순희작/Oil on Canvas> 유월엔 온종일 뻐꾸기 울음 산 하나를 삼키고 멧등의 굴곡들은 음영이 깊어 낮잠에서 깨어나는 유월은 희멀건 낯짝을 부비며 못 다 꾼 꿈 하나를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산그늘에 다시 돋는 찔레순도 가시를 길러 찔린 힌구름 몇 조각 걸어놓.. 시와 사랑 2007.05.30
섭지코지에서 <제주 섭지코지 /2002/소순희> 섭지코지에서 제주바다 섭지코지에 서면 발아래 미끄러지는 바다 그 바다 몇 천 년 삭여온 고독의 몸부림에 억장 무너지는 바다 그 포효를 볼 것이다 해안선을 훑고 가는 해조음의 서북풍 그 바다에 붙일 수식어는 더 없다 망망대해의 싯푸른 시름도 여기서는 살갑게 .. 시와 사랑 2007.05.17
오월 어느 날 <소순희작/4호/4월/김지연님소장/Oil on Canvas> 오월 어느 날 마음 둘 곳 있느냐 접사되는 풍경 점점이 서러워지는 오월의 푸름을 주눅 든 시선으로 굴절되는 외줄기 길 위 사선을 긋는 햇볕 속 누군가 길 가며 묻히는 산 아래 다시 생기 도는 오월 어느 날. 2007/소순희 시와 사랑 2007.05.09
처음 사랑 <어느 가을 날/4호/소순희작/2007/김정숙님소장Oil on Canvas> <쥐똥나무 열매> 처음 사랑 눈부신 눈부신 너로 인하여 사랑은 시작 되었다 윤사월 지난 여름 내 말 한마디 못 하고 쥐똥나무 그늘진 수로를 따라 여름이 지고 있었다 천지간 살아있는 모든 것들 예쁜 눈을 뜨고 바람은 서쪽으로 불고 .. 시와 사랑 2007.04.30
낙화(落花) <유월이 가면/3호/소순희작/2006/Oil on Canvas> 낙화(落花) 지는 꽃 가여워 가려나 가시내야 꽃비 속에 퍼질러 놓은 네 웃음 아직 지워지지 않았는데 붉은 땅 어디에도 눈물없다 바보야 무던한 봄날도 작은 키로 누운 꽃자리 떠나는 연습도 없이 보내는 연습도 없이 눈 들어 바라본 하늘 어찌 할 꺼나 무.. 시와 사랑 2007.04.20
사월의 나무 <항구/4호/소순희작/2007/이성임님소장/Oil on Canvas> 사월의 나무 나무는 노들섬 가장자리에서 흔들린다 강 깊이 드리운 가지마다 어지럼증으로 실눈을 뜨고 봄앓이를 한다. 나무는 구름 한 점 매어 놓은 고요한 수면 위 물벌레 한 마리 보이지 않고 붉은머리 오목눈이 텃새가 날아와 뭐라고 뭐라고 .. 시와 사랑 2007.04.08
사랑이여 <J에게1/소순희작/2007/3호/김민화님소장> 사랑이여 사랑이여! 그대 지친 머리 위로 봄 빛 내리거든 겨우내 떠돌던 바람 앞에 서보라 한 두 번 속아 온 빈 날도 무색하여 맨 발로 건너는 흙밭머리 고운 꽃들 피어나리라 적토에 초록빛 내리거든 사랑이여 그대 빈 몸으로 서보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 시와 사랑 200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