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
사노라면 소순희 가을 햇살은 나뭇잎 그림자 드리운 길과 그 길 위를 걷는 낮은 어깨위로 투명하다 몇천 원이 남은 예금통장을 정리하여 한 권 시집을 사고 마른 잎에서 커피 향 나는 따스한 가을 길을 걸으며 시를 읽네 어떤 부요함 보다 지금 내 가난함이 더 풍요로워 책장 넘기는 살가운 가을 소리 빈 마음에 채워지는 자족의 법 사노라면 마음의 법도 흘러가고 사노라면 이런 따뜻한 한 때도 있거니 나, 가을 햇살아래 맑은 시를 읽네. 2000.소순희 햇볕 좋은 날은 어디론지 무작정 걷고싶다. 늙은 푸라타나스 가로수그늘이 사람들 낮은 어깨위에 추억처럼 투명하게 지나가면 가을은 맘 깊이에도 사랑처럼 내려오나니... 아! 내게도 사는 한 때가 따뜻하다. 원효로 가을길.소순희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