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415

어떤 날.

어떤 날 햇볕 속으로 봄눈이 내리고 있었다 미치도록 그림을 그리고 싶은 날 좋아하는 색깔 마음 놓고 칠 해봤으면... 모델은 와 주지 않고 목을 뽑는 수선화 어린 싹에서 봄 냄새가 나고 있었다. 1988소순희 알뿌리 화초 수선화를 샀다. 수경재배식으로 물컵에 꽂아 창가에두고 뾰쪽이 싹이 터 오는걸 지켜보며 생명의 소리를 듣다. 고운 볕속으로 눈 발이 날리는 날, 샤갈의 마을엔 3월에도 눈이온다고 시를 썻던 시인 김춘수 모습이 떠오른다. 며칠 후 수선화 어린 싹과 꽃 대궁이 올라오고 노란 여섯갈래 꽃잎에 붙은 원통형의 꽃이 소담스레 피어 환호작약 하던 날, 아무도 와 주지 않고 목을 뽑고 기다리는 내 앞에 봄 향기만 가득 하였더니... J의 상 소순희畵 6F Shang Ding

시와 사랑 2003.08.29

추억...(1)

추억-1 소순희 고향 집 대숲은 해마다 비비새를 키워 냈었지 도지는 몸살로 깊은 잠 못 이룰 때 귓가에 속삭이던 비비새 소리 뒷문 밖으로 흘낏 쪽빛 하늘이 보이고 살구꽃이 어지럽게 부서지고 있었어 무슨 말을 할 듯 말 듯 단발머리 가시내가 왔다 가고 또 왔다 가고 암고양이가 목청을 다듬는 텃밭 감나무 연한 그늘에 무던히도 오래 잊고 있었던 팔 잘린 인형 하나 봄기운에 감겨 부끄럽게 숨어 있었지. 1990.봄 살구가 먹고 싶다. 상큼한 대숲 냄새가 그립다. 펄펄 열이나고 아득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던 어느 해 봄... 나는 유년의 고향집 생각이 났다. 장독대가 있고 작은 대숲 울타리가에 큰 살구나무 하나가 있었다. 우리집 살구나무는 아니었지만 봄이면 꽃 피고 여름이면 바람에 후두둑 살구가 뒷곁에, 그리..

시와 사랑 2002.12.27

사랑을 위하여서는.

사랑을 위하여서는 가만 가만 입속말로 불러보는 그대 이름 위로 한 옥타브 낮은 비가 내리고 있지 사랑을 위하여서는 외로움에 웅크린 작은 짐승이 되라 사랑은 그저 오지 않는 것 홀로 사무치게 외로워 보고 진실해져야 하네 그대 생각에 입맛을 잃고 속 앓이로 가으내 아프다 그대 사랑 한다는 말은 쉬이 할 수 없는 것 마음 다 주고도 남는 건 그리움 사랑을 위하여서는 더 깊은 외로움에 웅크린 작은 짐승이 되라 하네. 2000.소순희 사랑도 수고가 따르는 고통의 일종이다.그리워하고 사모하는것 자체가 맘 아프고 속타지않는가.그러나 그 고통은 모든걸 이겨낼수 있는 묘한 힘을 지니고있음을 경험자들은 다 안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에덴을상실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전이되어온 전염병이다. 지독하게 외로워지면 진정한 사랑..

시와 사랑 2002.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