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지난여름 바다는 목 놓아 울고 새벽 2시까지 흰 말들을 일렬 횡대로 달리게 하던 포세이돈 자꾸만 쓰러지는 그 싸움에서 혀를 빼물고 쌓인 시체들이 만들어 낸 허기진 모래톱 호선구도로 캔바스를 채워가는 가난한 화가의 눈 속으로 파고드는 거만한 여름 한 짝 전별하는 지난여름 헛 발 딛는 몽유의 .. 시와 사랑 2006.08.21
개망초꽃 개망초꽃 온 밤 내 물소리 들리던 요천 어귀 사는 법 가르쳐 주지 못 하고 떠나온 그믐의 어둠에서 너 얼마나 울었더냐 여름 별빛 서러운 문 밖 남은 꿈 마저 스러지는 빈 자리 가여워라 눈여겨볼 겨를 없이 초연한 삶의 끝은 멀고 대처로 떠난 사람들의 귀향은 또 아득히 멀어라 그 어둠 서룬 날 지나다 보면 홀로 피고 지는 애태움도 살이 되고 세월도 약이 되는 법 천지간에 흩어버린 고운 흰 빛 꿈 떠나온 그 들녘에 풀어나 보라. 소순희.2003 시와 사랑 2006.07.12
색깔론(1) 색깔론(1) 예쁘게도 예쁘게도 꽃비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맑은 초록은 삼학년 육반 청춘의 마음을 헤집어 놓고 모르는 체 하고 있었다 헤집힌 마음의 가장 자리로 초록 빛깔처럼 쏟아지던 종아리가 이쁜 여자 애들의 웃음소리 그것도 모르고 독한 술처럼 오장 육부를.. 시와 사랑 2006.06.28
밤꽃 숲 밤꽃 숲 고향의 유월은 밤꽃을 흐드러지게 피워 내고 있습니다 꽃숲 향기에 취해 꿈처럼 일주일이 지나고 화요일엔 서울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갈 때 가더라도 잠시, 눈길 좀 주려고 그 숲을 보니 밤꽃 숲속에 나를 붙잡는 얼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소순희.1981 낮잠 속에서도 꾀꼬리 .. 시와 사랑 2006.06.14
하늘무덤 하늘무덤 어머니 4月 밤하늘은 까마귀 별자리를 그려놓았죠 거기 청량하게 푸른 별 하나 이름도 지어주지 못 하고 죽은 내 동생의 무덤이라고 생각 하세요 저 홀로 떠돌다 흘러가는 미명(未明)의 강으로 물비린내 퍼 올리는 대지의 억센 열 손가락 마디 꿈결인 듯 잘 가라는 말도 이젠 늦어요 어머니 4.. 시와 사랑 2006.04.27
복사꽃 필 때 상념 3호 소순희작 복사꽃 필 때 친구여 4월이 오거든 눈 들어 유리창 밖을 보시라 서울역과 남영역 사이 지축을 흔드는 열차의 굉음도 해마다 잠들어 있는 봄을 깨우지는 못 했다 살다 보니 정말 철로변 울타리 가에 거짓말처럼 거짓말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피어난 복사꽃 아기봄을 깨우고 있었다 기.. 시와 사랑 2006.04.21
남해 어디 메 쯤 소순희작4호 남해 어디 메 쯤 남해 그 어디 메 쯤 맑은 초록빛 바다가 보이고 보리밭 이랑이 바람에 일렁이는 언덕 위에 작은 집하나 갖고 싶다 진달래 산허리 감싸는 4월이 오면 봄바람 더불어 아지랑이 뜨고 마당귀 벚나무 여인의 속살처럼 피어나 나, 그 꽃그늘에 누워 그리운 이에게 엽서를 쓰리 밤.. 시와 사랑 2006.03.26
단상 단상(斷想) 거대한 아파트 틈 사이로 쏟아지던 했살을 꼬질 꼬질 때 낀 참새 몇 마리가 배고프게 쪼아 먹고 있었다 하나님은 도시의 겨울에도 생명있는 것 모두 살려 두고 계셨다. 2004.소순희 시와 사랑 2006.03.02
바람 소리만 들어도... 바람 소리만 들어도 바람 소리만 들어도 알지 소나무 사이를 지나는지 대숲을 스쳐가는 바람인지 감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바람인지 귀기울여 들어보면 유유자적 당신 푸른 벽오동나무 밑 그늘 어디메쯤 마음을 열고 오시는지도. 02소순희 나는 안다.위태롭게 서 있던 한 사내의 사십대 후반 인생. 저 .. 시와 사랑 2006.01.20
소변 금지 소변 금지 - 87 오늘의 농부- 벽돌담 뒤켠 소변 금지 써 놓고 가위 하나 그려 놓고 돌아서며 씨익 웃는 남자 또 다른 남자가 그걸 보며 의미 있는 미소를 띈다 아, 그러나 어쩌랴 사방을 둘러 보아도 마땅한 장소없어 부끄럼 간직 한 채 살아와 무참히 절단 되어야 하는 오늘 농부의 입 놀림이 논밭에 썩.. 시와 사랑 2006.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