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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흑백 사진

1966년 한 장의 흑백사진 한 가족의 연대기 일부를 읽는 것처럼 한 장의 사진이 주는 의미는 크다. 농업 위주의 시골에서 살자면 노동 집약적 삶으로 인해 삼대가 대가족을 이루고 사는 것이 흔하던 우리나라 60년대 가족 친지들의 기념사진이다. 회갑을 맞은 가장은 두루마기 정장과 갓을 쓰고 손주를 안고 있는 모습이 생육하고 번성한 가족 관계 형성의 주된 일로 기록됨이 가장 잘한 일로 여기며 살아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외지로 출가한 딸들과 손주들이 모여든 한 해에 몇 번 없이 따뜻하게 연결된 날은 온 동네가 잔칫날이었다. 가족의 흥망성쇠는 가장의 올바른 가치관과 노동의 신성함에서 비롯된 성실함을 기조로 형성되었다.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가정의 중요성을 알면서 예절이나 언어 교육이 엄격하던 그 시절에 비하면 ..

한순간 꿈처럼

한순간 꿈처럼 소순희 저 색깔 고운 가을녘이면 님아 죽음보다 깊은 잠도 헛되지 않으리 결국은 너와 나 황혼의 가을 속에 눕는 일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거니와 목멘 기다림도 구석기 유물처럼 무딘 족쇄의 구속인 걸 지상의 살아 있는 것이 숨죽여 침묵할 때 가만히 침잠하는 몹쓸 놈의 잠도 귓바퀴를 돌다 쉬이 거두어들이는 그늘 속에 다시 빈손으로 접는 긴 산 그림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에서 서로 다른 뜻도 기어이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허망한 바람 같은 것 아니더냐 사랑도 한갓 생의 추임새로 신명 나더니 한순간 꿈처럼 지나온 세월 앞에 온순해지네 아, 아 몰락함도 어차피 시린 너와 나의 황혼 2019

시와 사랑 2019.11.18

가을 안부

가을 안부 소순희 사랑하는 이여! 가을볕 찬란히 눈부시다 잘 있느냐고 안부를 묻지만 꿈결 같은 날은 또 저렇게 속절없이 지고 우리는 이 가을 어디서 만날 것인가 붉은 색깔로 타오르는 맨드라미처럼 정녕 이 가을 속 알 수 없구나 내 삶이 느슨해질 때 곰삭은 가을 한쪽으로 다시 팽팽해지는 필연의 계절 나, 너로 인해 붉게 피가 잘 돌아 정신 맑은 가을이다 사랑하는 이여! 이 가을 잘 있느냐고

시와 사랑 2019.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