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복숭아 똑똑똑 화실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작업하던 여성분이 문을 열자 문 뒤에 숨어 예의 그 수줍은 듯 빙그레 웃는 친구 콧수염이 보인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났지만 폭염이 계속되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는 오늘, 거센 빗속을 뚫고 성치 못한 몸으로 화실에 온 친구가 반갑기도 하고 안쓰럽다. 얼마나 친구가 그리웠으면 비틀거리며 왔을까! 우산을 가지고도 흠뻑 젖은 그의 어깨와 등이 전철의 냉기에 말라 가는 중이었지만 화실에 도착해서도 젖은 옷의 물기가 선연하다. 손에 사 들고 온 복숭아를 보는 순간 눈물이 핑 돈다. 복숭아와 연관된 나의 이야기 몇 가지가 꼭 슬픔의 언저리를 맴돌게 하는지 모르겠다. 친구 콧수염은 지난 2월에 뇌경색으로 대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화실의 유화 냄새가 좋다며 자주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