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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Tess)

테스(Tess) 원작:토마스 하디 감독:로만 폴란스키의 1979년작 주연: 나스타샤 킨스키 테스(Tess) 소순희 한 여자의 일생이 처절하게 그려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는 여운이 짙게 남는 한 시대의 명작임이 확실하다. 화면을 모노톤의 무거운 분위기로 끌어내는 영국 농촌 풍경 속으로 시선을 끌어들인다. 그것이 어쩌면 한 여인의 삶을 예견한 연결 고리로 관람자의 마음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한 의도의 조화를 이룬다. 당시 영국의 산업혁명은 빈부 격차를 벌려 놓는 사회적 문제로 충돌하게 되며 귀족 신분을 가진 자가 누리는 부의 권력은 약자들에겐 요원한 희망 사항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궁핍과 힘든 일에 피폐해진 한 가정의 가장이 책임질 분량은 처와 많은 자녀로 어깨가 무거웠으리라. 자신의 조상이 귀족 신분인..

영화 후기 2020.06.18

눈과 마음으로 볼 때

눈과 마음으로 볼 때 소순희 눈을 뜨고 다녀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고 마음을 열고 다녀도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눈과 마음의 분리로 따로, 또 같이 가지만 바라보아야 할 거리를 가늠하며 평행선 같은 행로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아니듯 스치는 것들에 마음 줄 때 모든 생명 가진 것이 곱고 부지중, 마주치는 것이 새삼 고맙다 마음과 눈이 하나 되어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고 마음 밖에 있던 것들 드러나 살아있는 모든 것에 기쁨이 된다.

시와 사랑 2020.06.04

순례자

순례자 소순희 여우비 지나간 뒤 두릅나무 새순이 돋았다 어쩌면 저렇게 돋음이 예쁠까 가시를 지닌 나무 신께서 말씀으로 지으신 뜻 알 것 같다 봉인된 봄을 가져온 나의 순례자여! 이 땅에 나그네로 살아가는 동안 기쁨 누리라고 신께서 개봉하신 이 봄 육십 평생이 이렇게 환한 줄 몰랐다 새순을 보고 설렘이 있다는 건 천만다행이다 이제 가는 길 모두 순례길이니 오오! 막막함도 쓸쓸함도 이리 아름다운 것을

시와 사랑 2020.05.29

개발 구역 오동나무

개발 구역 오동나무 소순희 양평동 고물상 터 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다음 고물들은 다시 어딘가로 팔려 가고 빈터에 외롭게 자리를 지키고 선 오동나무가 꽃을 피웠다 올봄에 피워낸 꽃이 마지막 꽃임을 알까 저 나무가 자라던 땅에 시멘트 기둥이 심어지고 십수 년이 지나도 꽃은 피지 않으리라 도회지 빈터 같은 내 마음에 이 봄날 오동나무가 꺽꺽 울고 있다

시와 사랑 2020.05.24

한 점 그림을 위한

한 점 그림을 위한 소순희 날 저물도록 바라보고 잠에서 깨어나 선 하나 그은 죽음처럼 고요히 잠긴 날은 그대로 그림 속 점경 인물이 되고 싶었다 색조의 리듬을 유지하는 일이 감각의 평형기관에 뭇매질처럼 아프다 혼은 어디 가고 밥이 그려질 때 몇 날이 어지럽게 흔들렸다 마음 고픈 날에는 시종이 맞물려 도는 그 혼미한 희열을 캔버스 네 각마다 느끼고 싶었다 미완의 그림이 나를 찾아올 때 비로소 세월에 묻은 청춘의 붓질이 한 점 그림을 위한 내 안의 울림이었다

시와 사랑 2020.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