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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자리

파도가 지나간 자리 감독:데릭 시엔 프랜스 출연:마이클 대스벤더/알리시아 비칸데르/레이첼 와이즈 외... 개봉 :2017.3 소순희 한 가정의 생성과 그 안에서 겪는 일상을 다룬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의 영화이다. 화면 속 자연은 밝고 따뜻한 뉴질랜드의 등대가 있는 섬 이어서 화면 전체를 끌어가는 색조는 관람자의 맘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사랑의 기류는 망망한 대해에 이는 파도도 강풍도 막을 수는 없다. 전쟁 영웅으로 돌아 온 톰은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 도사리는 잔학한 전쟁의 속박으로부터 탈출구를 찾아 외딴 섬 등대지기를 자청 했는지도 모른다. 그 섬에 들기 전 바닷가에서 갈매기에게 과자를 나눠 주는 눈 빛 맑고 미소가 고운 여인 이자벨을 보게 된다. 그것이 톰의 운명 이었을..

영화 후기 2021.01.01

굿바이

Good Bye 2008년 감독:다키타 요지로 출연:모토키 마사히로/히로스에 료코... 소순희 인간의 근원적인 삶에서 죽음에 이르는 순간이동의 영원한 이별 앞에 선 인간의 감정을 절실하게 표현한 다키타 요지로 감독의 2008년 작 영화 굿바이는 인연 관계의 이해와 자기연민의 감정을 절실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누구나 세상에 와 살다 언젠가는 죽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것은 정해진 이치다. 도쿄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하는 "다이고"는 악단이 해체 되는 바람에 아내 "미카"와 고향 야마카타로 돌아와, 돌아가신 어머니가 경영하던 조그만 카페서 생활하게 된다. 해본 일은 첼로 켜는 일 밖에 없는 다이고는 우연히 여행사 광고를 보게 되고 면접을 보게 되지만 그곳은 장례의 납관(염)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망설이게 된..

영화 후기 2020.12.27

대한민국 회화제

제 33 회 대한민국 회화제(한국미술관 인사동/12.23~27) 구상회화의 재조명 그들만의 삶/2020/소순희작/20P(72.7X53.0Cm)/Oil on Canvas 그들만의 삶 속에 진입한 견해 차이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문명사회로부터 조금은 뒤떨어진 삶이지만 그들이 누리고 활동하는 범위는 넓고 깊을지도 모른다. 광활한 대지와 단순명료한 생각의 틀 안에서 얻어지는 것으로 만족하는 무욕의 삶이 어쩌면 소유보다는 자유를 더 소중히 여기는 유목의 삶 자체가 행복지수를 높게 측정하는 이유라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동식 집 게르를 보더라도 한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도는 초원의 삶은 어차피 무성한 초지가 멈춤이라는 여유를 끌어낼 뿐이다. 맑은 대기에 밤이면 쏟아질 듯 뿌려진 별천지는 그들이 쓰고 버..

숙자

숙자 그날도 쉬는 시간에 교실에선 숙자를 둘러싼 아이들이 연필깎이 칼로 삐져낸 모과를 얻어 씹고 있었다. 교실 안에 꽉 찬 모과 향이 코끝에 와 닿는 가을은 유리창 속으로 햇볕이 투명하게 걸러지고 있었다. 나도 가까이 가서 손을 내밀었지만 내게는 모과 한쪽도 쥐어지지 않았다. 국민학교 2학년 때 나는 처음으로 노랗고 커다란 과일 모과를 처음 보았다. 얼마나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생겼던가! 몇 명의 반 애들에게 잘라주고 남은 모과를 몰래 잘라 입에 넣어 보았다. 맛이라곤 텁텁하고 시큼한 나무껍질 씹는 기분이라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모과의 맛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숙자는 내 짝이었다. 작은 체구와 유난히 흰 얼굴에 박힌 눈은 가늘게 일자로 누운 게 인상적이다. 약간의 광대뼈가 도드라지고 웃을 때는 입가..

고향의 달빛

고향의 달빛 소순희 바람이 느티나무를 흔들고 지나갔다 실핏줄 같은 가지가 흔들릴 때 늑골 사이사이로 고향의 달빛도 흥건히 젖어 들었다 초저녁에 켜 든 등불이 달빛 아래 숨죽이고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도 그 흔한 어둠 한쪽 내어 쫓지 못한 십일 월의 밤은 낮은 촉 수로 기우는 밤을 끌어가는데 고향 남원 산동의 들판에 질펀히 깔린 푸른 달빛 아래 낮은 지붕들이 잠든 이 고요를 지키려는지 개 한 마리 짖지 않고 하얗게 논밭을 덮던 무서리가 아버지 머리처럼 희었다

시와 사랑 2020.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