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도라지꽃 소순희 기침병 앓던 어머니는 기관지에 좋다고 밭머리에 손수 도라지를 심었다 해마다 칠월이면 밭 한쪽이 청 보랏빛 화원이 되어 눈길을 끌었다 몇 해가 꿈처럼 지나 바람든 대궁이도 사윌 무렵 그 실한 도라지 약으로 쓰지 못하고 어머니는 아픔 없는 나라에 드셨다 평생 싸 안고 가던 몹쓸 놈의 병 끝내 세상에선 내 맘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남아 애터지게 들려오는 기침 소리 그나마 들을 수 없는 지금 어머니 땅에 씨가 져서 새로 돋는 어린 도라지, 기침 소리처럼 내맘을 울린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