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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희 그림모음-(4)

서울 도심에서 그리 멀지않는 부곡역(현.의왕역) 근교로 화구를 챙겨들고 길 떠나는 내게 초가을 바람은 자유롭다. 지난 여름 내내 폭염에 웃 자란 수초들 사이로 하늘 한 조각을 드리운 왕송 저수지 근처 제법 가을물이 든 철둑길 가의 쑥순들이 꽃대를 올려 씨앗을 맺어놨다. 바이올렛그레이 색깔의 수리산이 멀리 눈에들고, 저수지의 물 깊이는 가을 하늘 깊이와 비례하며 유백색 역광으로 부드럽다. 늙은 밤나무가 있는 울타리 너머의 농원과 소박하게 드리운 집 몇 채를 넣어 유화 한 점을 그렸다. 이 소박한 풍경들도 수년 뒤엔 개발이란 명목으로 파 헤쳐져 사라질지 모른다. 가을은 짧다. 2001. 10월에- 농원10호 소순희작(부곡에서) 광하의 가을4호(정선에서) 정선읍에서 솔치재를 넘어와 그 길 끝점에서 오른쪽으로 ..

개망초꽃

개망초꽃 온 밤 내 물소리 들리던 요천 어귀 사는 법 가르쳐 주지 못 하고 떠나온 그믐의 어둠에서 너 얼마나 울었더냐 여름 별빛 서러운 문 밖 남은 꿈 마저 스러지는 빈 자리 가여워라 눈여겨볼 겨를 없이 초연한 삶의 끝은 멀고 대처로 떠난 사람들의 귀향은 또 아득히 멀어라 그 어둠 서룬 날 지나다 보면 홀로 피고 지는 애태움도 살이 되고 세월도 약이 되는 법 천지간에 흩어버린 고운 흰 빛 꿈 떠나온 그 들녘에 풀어나 보라. 소순희.2003

시와 사랑 2006.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