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동 도원동 소순희 그해 봄 도원동 산 23번지 장난감 같던 집들이 이마를 맞댄 좁은 골목을 꺾어 돌아가면 집마다 화분에선 붉은 제라늄이 피고 있었다 너를 처음 알던 봄날 이었다 *도원동-서울 용산구와 마포구를 경계로 원효로/용문동/효창동 /도화동이 인근 동이다 시와 사랑 2017.11.08
고향 집 <양지/2001/소순희작/6호> 고향 집 소순희 초록 대문 고향 집 가을볕 마당귀 호두열매는 주인도 없는데 볕 아래 잘도 익었다 언젠가 돌아갈 날 있으랴만 객지 사람 다 되어버린 지금에 와서 무슨 수로 귀향을 꿈꾸겠는가! 예쁜 호두알 같은 세월은 내 가슴에서 달그락 거릴 뿐 아득한 기.. 시와 사랑 2017.10.23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 소순희 고운 햇볕 속 가만히 곁에 와 서는 그대 그림자 나도 그대 곁에 키를 낮추는 이 가을 고마운 참, 고마운 그대와 나 사이 시와 사랑 2017.09.24
눈물 <잠-17907/소순희작/2017/Acrylic on Convas > 눈물 소순희 나이 들면서 눈물이 많아졌다 텔레비전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난다 한때 모진 마음 밑바닥에서 헹구어 낸 슬픔을 너덕너덕 걸쳐 놓고도 내게 눈물 없음을 알았을 땐 독한 피가 흐른다고 생각했다 세월 가면 .. 시와 사랑 2017.09.13
저승꽃 <고뇌/2017/소순희> 저승꽃 소순희 감자 먹는 할매의 얼굴에 엊그제보다 더 검은 저승꽃이 피었습니다 입을 옴조릴 때마다 관자놀이가 슬프게 움직입니다 살기 위해 저작하는 어금니의 힘도 이마에 핀 저승꽃 하나 깨물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승에서 오래 살아 저승꽃 볼 수 있음이 비.. 시와 사랑 2017.08.20
평안 평안 소순희 유한의 시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내 생의 가을 녘 덧없음도 이제 와 보면 내 삶이었거늘 내 안에 주 계시오니 어디에 더 마음 주랴 나가진 것 이것이니 나, 평안하도다 시와 사랑 2017.07.27
경계 경계 소순희 유리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창밖은 시방 찬란한 봄이다 몇 마리의 벌이 허리 구푸려 죽어있는 창틀 무슨 꽃 향 있어 실내에 들었을까 창에 갇힌 또 한 마리 벌이 봄의 저편을 간절한 날갯짓으로 갈구한다 밖의 숲과 만개한 꽃의 자유는 종속된 생명보다 절실했으리 삶과 죽.. 시와 사랑 2017.07.16
유월의 산록에 누워 유월의 산록에 누워 소순희 유월의 산록에 누워 그대로 숲이 되고 싶었다 바람 일면 그 흔들림으로 눕고 꽃이 피면 더 빛나게 높여 주는 계절의 푸른 결정이 눈부셔 자유롭게 에둘러 스미는 산록에 뻐꾸기 울음도 고요히 묻히고 키 큰 은사시의 잎만 팔랑거렸다 나, 푸른 숲에 누워 나뭇.. 시와 사랑 2017.06.20
잠실 잠실(蠶室) 소순희 유월 잠실에 가면 가랑비 소리가 들린다 어린 누에들이 갉아먹는 푸른 뽕잎의 잎맥마다 빗소리가 숨어있다 혼곤히 잠을 끌어내는 가녀린 입속말처럼 사각거리는 밥 먹는 예쁜 소리 한살이의 중생을 위한 변주로 어린 누에들은 풋것에 매달려 명주실 집을 꿈꾼다 유월.. 시와 사랑 2017.06.12
모정 <모정/2017/소순희작/3호> 모 정 어머니! 마음 졸이며 바라본 초록 하늘가 조팝꽃 위에 봄비 새순 위에도 보고픈 내 맘에도 봄비 그날 이후 한 그릇 쌀밥 같은 말씀으로 살아왔습니다. 2011소순희 <창포동인제3집수록> 시와 사랑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