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랑 436

사북

사북 소순희 사북 발 막차가 끊기고 눈이 내린다 떠돌다 여기 멈춰 선 생의 막장에서 더는 떠날 곳 없는 하늘 아래 고생대 중엽의 검은 주검처럼 침묵의 시간이 길어진다 수묵화 치듯 젖어 드는 설야에 몇몇은 깡 소주를 기울이고 붉은 불빛 몇 개만 눈 속을 파고든다 어느 왕조의 무덤이 눈 덮인 탄 더미보다 아름다우랴 지하 갱도로 숨는 두 줄 선로는 어느 목숨을 담보로 저렇게 또 선연히 피는가 사북에 눈 내리는 밤이면 사람들은 취하지 않고 탄좌의 공터에 검은 쌀을 덮는 눈빛만 취해 더 희어지는데 2013 월간 모던포엠 이달의 작가 수록(2017.10)

시와 사랑 2017.04.19

마라의 쓴 물

마라의 쓴 물 소순희 느그덜 살면서 원망 많이들 하제 어쩌것어 인생길엔 목마르고 배고프고 억울한 일 허다혀 참, 먹먹한 일이제 그치만도 죽으란 법은 업써 하늘님 무심치 안혀 세상 물 써서 못 마시거든 그분께 부르짖어 보랑게 작은 나뭇가지 하나 물에 던지라 허먼 던져 넣고 그대로 순종혀 그라믄 쓴 물이 단물로 변허제 세상은 요렇게 살아가야 행복혀 알겄제 출애굽기 15장을 읽고

시와 사랑 201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