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의 봄날 욕지도의 봄날 소순희 작별의 시간은 여기부터다 우울증 앓던 겨울을 덮고 내리던 비 지고지순한 겨울 한쪽을 두고 남녘으로 내려온 아득한 봄날 누리에 내리는 햇볕 속을 걸으며 봄 한 철 나, 여기 살고 싶어 원경에서 시작되는 봄의 추억을 경작한다 파도는 온종일 하얗게 밀려와 욕지.. 시와 사랑 2016.02.03
일상 일상 소순희 잠잘 것 다 자고 먹을 것 다 먹고 산 사람은 살아야겠지요 한시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어머니 2016/1 엄니 가신지 스므 닷새, 남은 나, 잘 먹고 잘 자고 일상으로 회귀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지낸다. 차암~ 세상의 끝날이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다시 뵈올 날이 있다는 소.. 시와 사랑 2016.01.13
소하리에서 <11월/소순희작> 소하리에서 소순희 가지 마라 앞을 가로막는 소하리 바람 나무들 잎 떨구고 선 산 초입의 길은 더는 갈 곳 없다고 희게 지워지고 외진 하늘 서쪽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쇠기러기 어디 머무를 천변 있으랴마는 그래도 못 잊어 찾아오는 소하리 십 일월 짧은 해가 저.. 시와 사랑 2016.01.04
겨울비3 <소순희작/휴식> 겨울비 3 소순희 빈 까치집 달랑 새끼 쳐 떠난 후 추적추적 비를 맞는다 쓸쓸히 허공에 걸린 붉은감 바라보다 빈집에 남은 살비듬 뜬금없이 왜 떠오를까 이 저녁 무렵 저들 어디로 뿔뿔이 흩어져 찬비를 긋느냐 풍문으로 듣는 너의 소식 겨울나무 같은 손 마디가 움켜.. 시와 사랑 2015.12.17
첫눈 첫눈 병점행 열차의 불빛을 가르며 첫눈이 내린다. 겨울 초입의 빛바랜 한 장의 사진으로 밤 열 한시 십 분 열차가 지나는 구로동 낮게 엎드린 집들은 낮은 촉수의 불빛을 토해내고 집안 가족은 행복하다 연신 사선을 긋는 눈속을 뚫고 가는 막차는 밀랍 인형 같은 몇 사람의 흰 얼굴을 따.. 시와 사랑 2015.12.07
고구마 <양지/소순희작/6호/Oil on canvas> 고구마 소순희 누님이 고구마를 보내왔다 어머니 없는 고향 집 마당 텃밭에서 여름내 순을 뻗쳤을 별 밤과 알뿌리가 굵어진 모래땅에 질 일몰이 쓸쓸하다 돌아간들 무엇하랴 새 살 돋는 도회지의 서쪽 창가에 핀 붉은 제라늄 어머니, 막내딸 집에 가을 .. 시와 사랑 2015.11.08
여름안녕 <썰물/6호/2015/소순희작/Oil on Canvas> 여름 안녕 여름을 떠받치던 돌기둥이 무너지자 혼절한 여름의 머리 위로 습한 바람이 눈물 꼬리를 남기며 스러졌다 그 흔적의 비린 땅 끝에서 가을이 빈 하늘을 기웃거렸다 어정칠월도 건들 팔월도 감당해 낼 산 하나 눈 안에 두더니 시월은 어느 .. 시와 사랑 2015.10.01
핑갈의 동굴 멘델스존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스테퍼 섬의 핑갈의 동굴 < 사진 라라와복래> 핑갈의 동굴 <Mendelssohn/Overture, Fingal,s Cave> 왜 아니 오시나 핑갈이여! 파도는 저렇게 외로운 스태퍼 섬의 흰 뼈를 갉아 먹는데 밤낮 멘델스존의 손 끝에서 바다가 울고 저 바람 소리 늑골 사이를 통과할 .. 시와 사랑 2015.09.26
메타세콰이아 숲길 메타세콰이아 숲길 소순희 하늘로 사다리를 놓은 메타세퀘이아 숲은 수직의 깊이로 하늘의 중간쯤에 소실점을 이룬다 목질부를 치며 돌아가는 바람과 엄숙함으로 말 없는 그대가 걸어간 길이 직립 도열한 수행자의 침묵처럼 무겁다 청량한 날에 숲에 든 그대는 풀 먹인 하늘 한 자락 오려 푸른 숲길에 하늘을 만들고 새들이 나는 휘영청 높은 가지 끝 구름 한 점 걸어 놓았다 우리가 사는 일 중에 잘한 일 하나는 침엽 낙엽수 그 숲에 세상에서 지친 몸 곁들어 쉼을 얻는 일일 것이다 소순희 시와 사랑 2015.06.20
이팝 꽃 피면 바다 가는 길 3호(서해에서)-목우회 회원전 출품(청류재식물원미술관소장(안성)) 이팝 꽃 피면 소순희 솥 적다 솥 적다 배고픈 늦봄, 소쩍새 울고 간 이팝나무 자리마다 흰 고봉밥 지천으로 올렸습니다 다랑논 물고에 앉아 들 논 죽어서도 들 논 그리던 아부지 빈 쌀독 눈물로 그렁그렁 채.. 시와 사랑 201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