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소순희 나를 보자 사십구 년 전에 하늘 가신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는 이웃 살던 누님의 말에 나는 거울 앞에 서서 지금의 나보다 젊은 아버지를 보았다 문득 칠월이 앞을 가로막고 있음을 알았을 땐 유월을 지나왔음이 송구스럽다 생전에 꿈꾸었을지 모를 손자가 유월에 한 가정을 이뤄 분가해 나간 다음 유품 하나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애써 거울 속에서 찾아내고 있었다 우울증 앓던 마흔일곱 고단한 십일 월 빈 하늘의 별들도 제자리로 돌아가고 새끼 몇은 살아남아 이렇게 살아남아 당신 일생을 기록하지 못한 쉰 목소리로 갈래갈래 가지 뻗은 마당귀 감나무만 무심한 듯 얘기했다 2019 유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