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꿈처럼 소순희 저 색깔 고운 가을녘이면 님아 죽음보다 깊은 잠도 헛되지 않으리 결국은 너와 나 황혼의 가을 속에 눕는 일이 그다지 부끄럽지 않거니와 목멘 기다림도 구석기 유물처럼 무딘 족쇄의 구속인 걸 지상의 살아 있는 것이 숨죽여 침묵할 때 가만히 침잠하는 몹쓸 놈의 잠도 귓바퀴를 돌다 쉬이 거두어들이는 그늘 속에 다시 빈손으로 접는 긴 산 그림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점에서 서로 다른 뜻도 기어이 소실점으로 사라지는 허망한 바람 같은 것 아니더냐 사랑도 한갓 생의 추임새로 신명 나더니 한순간 꿈처럼 지나온 세월 앞에 온순해지네 아, 아 몰락함도 어차피 시린 너와 나의 황혼 2019